클로젯 리뷰를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입자를 봤습니다. 극장을 나오는 길에 제가 그 리뷰에 썼던 문장이 떠올랐어요. 건축가 주인공이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원주택에 산다 — 같은 해에 나온 두 한국 스릴러의 설정이 이렇게까지 겹칠 줄은 몰랐습니다. 김무열과 송지효가 남매를 연기하는 이 영화, 초반의 흡인력이 나쁘지 않았기에 후반의 붕괴가 더 아깝습니다. 이 글은 결말과 반전의 정체까지 전부 담은 혹평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입니다.침입자 영화 리뷰: 원치 않은 구원투수침입자는 원래 조용히 왔다 갔을 영화였습니다. 흔한 한국형 스릴러 중 하나로 기획된 작품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개봉을 거듭 연기하다, 극장 할인권 정책의 첫 수혜작이 되면서 원치 않은 구원투수 자리에..
명절 연휴의 극장에는 이상한 관대함이 흐릅니다. 가족들 손잡고 우르르 들어가서,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영화도 명절이니까 하며 표를 끊게 되죠. 국제수사는 정확히 그 관대함을 겨냥해 추석에 도착한 영화였습니다. 곽도원 주연의 필리핀 배경 코미디 수사극이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관대함의 한도를 시험한 영화였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만, 읽고 나면 아마 보실 마음이 줄어들 겁니다.국제수사 리뷰: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췄는데이 영화, 운은 좋았습니다. 개봉 전 각종 예능을 돌며 홍보란 홍보는 다 했고, 몇 차례 개봉이 밀린 끝에 극장에 걸렸을 때는 경쟁작이 드문 시기라는 행운까지 따랐죠. 전화위복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었는데, 문제는 그 모든 ..
우리 집안에는 가훈처럼 내려오는 잔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뭐든 해도 되는데 보증만은 서지 마라. 명절마다 듣던 그 말의 최악 시나리오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면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애인의 사채 보증을 서줬다가 인생이 통째로 잡힌 남자와, 돈가방 하나를 둘러싸고 각자의 지푸라기에 손을 뻗는 짐승들의 이야기입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이 나오고, 이 글은 결말과 모든 인물의 운명을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사우나 캐비닛의 돈가방시작은 돈가방입니다. 평택의 사우나에서 일하는 중만(배성우)이 오픈 준비 중 캐비닛에서 명품 가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열어 보니 현금 다발. 치매를 ..
열여덟 무렵, 학원을 빼먹고 터미널 전광판을 한참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주머니엔 만 원 남짓.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고 아무 데도 갈 수 없을 것 같던 그 기분을, 영화 시동의 택일이 매표소에 던지는 한마디가 정확히 소환하더군요.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데가 어디예요. 박정민, 마동석, 정해인의 웹툰 원작 코미디이고, 결말과 거석이형의 정체는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시동 영화 리뷰: 만 원으로 갈 수 있는 곳영화는 사고뭉치 이인방의 질주로 문을 엽니다. 오토바이 하나에 몸을 실은 열여덟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 폭주족에게 시비가 붙어 쫓아가다 돌아온 건 사고 하나와, 학원비로 오토바이를 샀다는 사실이 들통난 뒤 날아..
고백하자면 저는 선인장도 죽이는 사람입니다. 물을 줬는지 안 줬는지 헷갈리다 과습으로 보내고, 미안해서 안 줬다가 말려 보내죠. 그런 제가 요즘 토요일 밤마다 난초 한 송이 때문에 심장이 조여드는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고 있습니다. tvN 작은 아씨들, 이번 5회와 6회는 그 푸른 난초가 마침내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온 회차였습니다. 두 회차의 줄거리와 해석을 담은 글이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지금까지의 중간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작은 아씨들 5회 6회 줄거리: 세 자매의 이번 주 전선첫째 인주(김고은)의 전선부터. 세상을 떠난 진화영의 경리 자리를 대신하게 된 인주에게 최도일(위하준)이 판을 짭니다. 인주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화영이 남긴 700억을 싱가포..
어릴 때 따라갔던 시골 장례식장의 풍경을 기억합니다. 마을 어른들이 다 모여 앉아 육개장에 막걸리 잔을 돌리고, 슬픔과 안부와 동네 소문이 한 상에서 오가던 자리. 결백은 그 익숙한 풍경을 스릴러의 무대로 바꿔버리는 영화입니다. 조문객들이 돌려 마신 막걸리 잔에서 사건이 시작되니까요.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의 법정 스릴러이고, 이 글은 결말과 진범의 정체까지 담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결백 영화 리뷰: 한 상에서 시작된 사건대천시의 유지 안태수의 장례식. 현직 시장 추인회(허준호)를 비롯한 마을 어른들이 모여 곧 유치될 카지노 이야기로 들떠 있던 자리에서,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집니다. 술에 농약이 섞여 있었던 것. 다섯 명이 중태에 빠진 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