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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 리뷰 (조선어학회, 민족 말살, 사전 편찬)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국어사전을 받았습니다. 벽돌만 한 두께에 손가락이 미끄러지던 얇은 종이, 모르는 단어를 찾으면 왠지 어른이 된 것 같던 기분. 그 사전이 책장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는 걸 잊고 살다가, 영화 말모이를 보고 나서야 다시 꺼내 먼지를 닦았습니다. 이 흔한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겐 목숨과 바꾼 물건이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유해진과 윤계상이 나오는 이 영화의 결말과 실제 역사까지 담은 리뷰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말모이 영화 리뷰: 까막눈과 사전배경은 일제의 탄압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0년대입니다.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입학도 취직도 막히던 창씨개명의 시절, 일제는 민족의 근간인 말과 글을 지우기 위해 조선어 사용 자체를 금지해갑니다. 그 시대의 경성에 까막눈..

카테고리 없음 2026. 9. 18. 11:02
가장 보통의 연애 리뷰 (상처 회복, 현실 로코, 공효진)

자니. 이 두 글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벽 한 시, 헤어진 사람에게서 도착한 — 혹은 보낼까 말까 백 번을 쓰다 지운 — 그 짧은 안부의 정체가 안부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죠. 가장 보통의 연애는 그 두 글자를 결정적인 순간에 배치할 줄 아는 영화입니다. 김래원과 공효진의 청불 로코라는 간판 때문에 야한 코미디를 기대하면 결이 다릅니다. 이것은 상처의 영화예요.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가장 보통의 연애 리뷰: 두 피해자의 어긋난 시작광고회사 팀장 재훈(김래원)의 사정부터. 그는 파혼했습니다. 그냥 파혼이 아니라 청첩장까지 돌린 뒤 신혼집에서 약혼녀의 배신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파혼했죠. 회사에는 내막을 숨긴 채 그냥 헤어졌다고만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7. 14:34
악인전 리뷰 (마동석, 공조수사, 사회적악)

뭘 볼지 고르다 지치는 밤이 있습니다. OTT 목록을 삼십 분째 스크롤만 하다가 결국 검색창에 세 글자를 치는 거죠. 마동석. 그의 영화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단골 백반집입니다. 메뉴판을 안 봐도 나올 반찬을 알고, 그 아는 맛이 실망시키는 법이 거의 없죠. 오늘은 그 백반집에서 두 끼를 연달아 먹은 기록 — 악인전과 동네사람들의 결말 포함 더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악인전 7점, 동네사람들 5점입니다.마동석 영화 추천: 아는 맛 백반집의 두 끼오늘의 두 끼는 결이 다릅니다. 악인전(2019)은 깡패와 형사와 연쇄살인마의 삼파전이라는 장르적 쾌감의 정식이고, 동네사람들(2018)은 시골 마을의 실종 사건을 파고드는 사회파 백반입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같은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7. 10:33
영화 돈 리뷰 (여의도 생태계, 주가조작, 돈맛)

첫 증권 계좌를 만들던 날을 기억합니다. 앱을 깔고, 만 원을 이체해보고, 문자로 날아온 입금 알림을 괜히 두 번 확인했죠. 그 소심한 만 원의 기억 때문에 영화 돈의 한 장면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6억 7천만 원이 든 계좌가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아 제 계좌로 만 원을 이체해보고서야 잔액 앞에서 몸을 떠는 주인공 — 부정한 돈의 첫 실감이 고작 만 원짜리 문자라는 그 디테일이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람 냄새 나는 순간입니다.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의 증권 범죄 스릴러이고, 결말은 이 글에 적지 않았으니 관람 전이어도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돈 영화 리뷰: 여의도 생태 보고서영화는 여의도의 생태 보고서로 문을 엽니다. 숫자 뒤에 0이 열 개면 100억. 하루 평균 7조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6. 08:38
82년생 김지영 리뷰 (공감의 한계, 세대의 비극, 젠더갈등)

병원 대기실에서 우리 엄마가 "OO 엄마님"으로 불리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십 년을 그렇게 불려온 사람의 익숙한 대답을 보며, 엄마의 이름 석 자를 마지막으로 불러본 게 언제인지 헤아려봤죠.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가장 오래 남은 것도 결국 그 생각이었습니다 — 그런데 그 감정을 준 사람은 제목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였어요. 이 글은 보지 않고 찬양하는 쪽과 보지 않고 매장하는 쪽 모두와 거리를 두고, 직접 본 영화에 대해서만 적는 결말 포함 리뷰입니다. 정유미와 공유가 나오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82년생 김지영 리뷰: 전선이 되어버린 제목이 영화의 사정부터. 개봉 전부터 난리였습니다.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시사회 반응이 나오자 한쪽에선 갈등을 조장..

카테고리 없음 2026. 9. 15. 16:26
나쁜녀석들 더 무비 리뷰 (캐릭터 붕괴, 각본 문제, 추석 영화)

2014년 가을, 저는 금요일 밤마다 케이블 앞을 지켰습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범죄자들을 풀어 더 나쁜 범죄자들을 잡는다는 간명한 설정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액션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한 물건이었죠. 그 애정으로 5년 만의 영화판을 추석 극장에서 봤고, 이 글은 그 배신감의 기록입니다. 마동석,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이 나오는 결말 포함 혹평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이 블로그 최저점 타이인 10점 만점에 2점입니다.나쁜 녀석들 더 무비 리뷰: 멀더 없는 X파일공정하게 원작 이야기부터. 드라마 나쁜 녀석들도 완전무결하진 않았습니다. 몇몇 에피소드는 해외 작품에서 가져온 티가 났고, 캐릭터 역할 분담이 무너져 후반으로 갈수록 지능 담당은 병풍이 되고 반장님은 인상..

카테고리 없음 2026. 9. 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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