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앱에서 네고를 시도하다 차단당한 적이 있습니다. 시세도 판매자의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다짜고짜 반값을 불렀던 거죠. 그날 배웠습니다. 협상의 제1원칙은 말솜씨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 — 상대를 모르는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구걸이거나 호통이라고. 손예진, 현빈 주연의 영화 협상을 둘러싼 혹평의 과녁이 정확히 그 원칙에 있습니다. 미리 밝혀두면 두 배우의 매력과 그들을 보러 간 관객의 감상은 온전히 정당하며, 이 글의 혹평은 배우가 아니라 각본과 설계를 향합니다. 결말까지 다루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2.5점입니다.협상 영화 리뷰: 협상이 없는 협상설정부터 봅시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의 하채윤 경위(손예진) 앞에 사상 최악의 사건이 떨어집니다. 태국..
우리 집 이사는 늘 '손 없는 날'이었습니다. 달력을 짚어가며 날을 고르시던 어머니 — 과학이냐 미신이냐를 따지기 전에, 새 터전에 들이는 정성의 의식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영화 명당은 그 정성이 국운을 걸고 벌이는 전쟁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사극입니다.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의 완결편 — 조승우, 지성, 백윤식이 벌이는 이 묘자리 전쟁을 결말과 실제 역사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입니다.명당 영화 리뷰: 흉지에 묻힌 세자때는 조선 후기 순조 시대. 몸이 허약한 효명세자가 매일 밤 올리는 탕약을 먹고 쓰러집니다 — 약에 손을 쓴 자가 있었던 거죠. 아들을 잃은 순조가 묘자리를 찾는데, 지관들이 입을 모아 천하의 명당이라 아뢰는 ..
초등학교 피구 시간, 아웃을 직감한 순간이면 우리는 공을 가장 잘 피하는 친구에게 몰아주고 금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 대신 끝까지 살아남아 — 그 유치한 비장함이 코트의 룰이었죠. 메이즈 러너 3부작의 마지막 데스 큐어를 보며 그 피구 코트가 떠올랐습니다. 미로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의 끝은 결국, 끝까지 달릴 한 사람에게 모두가 공을 넘겨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딜런 오브라이언과 이기홍의 이 완결편을 결말까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입니다.메이즈 러너 데스큐어 리뷰: 민호를 구하러 가는 길영화는 구출 작전으로 문을 엽니다. 전편 결말에서 위키드(WCKD)에 납치된 민호 —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인 아이들을 실험체로 쓰는 조직에 끌려간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백하자면 저는 열한 살 생일에 창문을 몇 번씩 내다본 적이 있습니다. 호그와트 입학통지서를 물고 올 부엉이를 기다린 거죠 — 포터 세대라면 다들 한 번쯤 앓았을 증상입니다. 부엉이는 끝내 오지 않았지만, 대신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극장 문이 열렸습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그 위저딩 월드로 돌아가는 두 번째 문입니다. 에디 레드메인, 조니 뎁, 주드 로의 이 판타지를 관람 포인트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 결말 스포일러는 없으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고, 시리즈 중 평이 갈린 편이라 팬덤의 애정과 비판을 함께 담았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입니다.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리뷰: 탈옥에서 시작하는 2막전편의 사정부터 간단히. 해리 포터보다 약 70년 앞선 1920년대, 세..
학창 시절 조별 과제마다 저와 짝을 이루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료 조사와 발표문은 제 몫, 교수님을 찾아가 기한을 늘려오고 조원들 밥을 사는 건 그 친구 몫 — 머리 담당과 발 담당의 콤비였죠. 둘 중 하나만 있었으면 늘 반쪽이었을 과제들이 둘이 붙으면 이상하게 굴러갔습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그 콤비의 법칙을 조선 시대에 옮겨놓은 영화입니다.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 시리즈 3부작을 낳은 원조 콤비의 첫 사건을 결말의 반전까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리뷰: 어명과 누명 사이때는 조선 정조 16년. 왕은 심각한 공납 비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신하 — 명탐정(김명민) — 에게 비밀 수사를 ..
몇 해 전 우리 아파트의 새벽, 어디선가 "꺅"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집 TV 소리였죠 — 그런데 그 10초짜리 소리에 윗집 불이 켜지고, 옆 동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는 벌써 관리실에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현실의 아파트란 그런 곳입니다.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귀가 모여 사는 공간. 이성민 주연의 스릴러 목격자를 둘러싼 혹평의 핵심이 정확히 그 상식에 있습니다. 미리 밝혀두면 이 글의 혹평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긴 감상이 아니라 각본의 공정을 향하고, 영화 도입부의 설정 논란을 다루는 글이라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5점입니다.목격자 리뷰: 눈이 마주친 밤목격자는 제작비 70억 원의 상업 스릴러입니다. 새벽에 귀가해 맥주를 마시던 가장 상훈(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