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조별 과제마다 저와 짝을 이루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료 조사와 발표문은 제 몫, 교수님을 찾아가 기한을 늘려오고 조원들 밥을 사는 건 그 친구 몫 — 머리 담당과 발 담당의 콤비였죠. 둘 중 하나만 있었으면 늘 반쪽이었을 과제들이 둘이 붙으면 이상하게 굴러갔습니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그 콤비의 법칙을 조선 시대에 옮겨놓은 영화입니다.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 시리즈 3부작을 낳은 원조 콤비의 첫 사건을 결말의 반전까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리뷰: 어명과 누명 사이때는 조선 정조 16년. 왕은 심각한 공납 비리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신하 — 명탐정(김명민) — 에게 비밀 수사를 ..
몇 해 전 우리 아파트의 새벽, 어디선가 "꺅"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집 TV 소리였죠 — 그런데 그 10초짜리 소리에 윗집 불이 켜지고, 옆 동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는 벌써 관리실에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현실의 아파트란 그런 곳입니다.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귀가 모여 사는 공간. 이성민 주연의 스릴러 목격자를 둘러싼 혹평의 핵심이 정확히 그 상식에 있습니다. 미리 밝혀두면 이 글의 혹평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즐긴 감상이 아니라 각본의 공정을 향하고, 영화 도입부의 설정 논란을 다루는 글이라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5점입니다.목격자 리뷰: 눈이 마주친 밤목격자는 제작비 70억 원의 상업 스릴러입니다. 새벽에 귀가해 맥주를 마시던 가장 상훈(이성..
어릴 적 비 오는 날의 교문 앞을 기억합니다. 우산을 깜빡한 날이면 어김없이 교문 저쪽에 엄마가 서 있었죠 — 그래서 저에게 비는 꽤 오래, 궂은 날씨가 아니라 마중의 신호였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 감각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늘인 작품입니다. 비가 온다는 것이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뜻이 되는 세계 — 소지섭과 손예진의 이 리메이크 멜로를 그 유명한 일기장의 문장까지 담아 정리합니다. 결말 직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니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 비가 오면 만나러 올게설정은 동화처럼 시작합니다. 1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는 떠나기 전 어린 아들 지오에게 약속했습니다. 비가 오면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그래서 지오는 아침마다 일기예..
새벽 두 시에 공포 체험 영상을 정주행한 대가는 늘 같았습니다 — 갑자기 멀어지는 화장실. 복도 불을 다 켜고 괜히 헛기침을 하며 등 뒤를 세 번쯤 돌아보던 그 원정길. 무서운 건 영상 속 무언가가 아니라 영상이 끝난 뒤의 제 상상력이라는 걸 그때 배웠죠. 곤지암은 그 새벽의 공포를 정확히 극장으로 옮겨놓은 영화입니다 — 우리가 이불 속에서 보던 바로 그 공포 체험 유튜브의 문법으로요.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의 이 체험형 공포물을 괴담의 팩트체크와 함께 정리합니다. 핵심 장면의 묘사는 아꼈지만 전개의 뼈대는 담았으니 참고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곤지암 리뷰: 백만 동접을 노린 생중계설정부터 영리합니다. 공포 체험 콘텐츠로 먹고사는 유튜브 채널 '호러타임즈'는 조..
몇 해 전, 모바일 청첩장 하나에 엄지손가락이 멈칫한 적이 있습니다. 보낸 사람은 학창 시절의 첫사랑이었던 동창 — 축하한다는 답장을 쓰는 데 평소의 세 배쯤 걸렸죠. 진심으로 축하했고, 진심으로 조금 쓸쓸했습니다. 그 두 마음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그날 배웠습니다. 박보영, 김영광의 너의 결혼식은 바로 그 멈칫의 영화입니다. 제목부터가 스포일러인 — '나의'가 아니라 '너의' 결혼식이라는 — 첫사랑 연대기죠. 네 번의 만남과 어긋남은 전부 다루되 마지막 장면의 표정만은 접어두었으니, 관람 전이어도 괜찮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너의 결혼식 리뷰: 전학생 환승희시작은 고등학교입니다. 옥상 서열 싸움과 잔소리가 일상인 문제아 황우연(김영광) 앞에, 전주에서 강릉까지 온 전학생 환승희(박..
고백하자면 저에게도 안락의자 탐정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명 미제사건 정리 글을 새벽까지 정주행하며 댓글로 추리를 보태던 밤들 — 현장 한 번 가본 적 없으면서 "범인은 가까운 사람"이라 확신하던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요. 탐정: 더 비기닝의 강대만은 그 새벽의 저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남자입니다. 권상우와 성동일의 이 코믹 수사물을 결말의 범인까지 전부 담아 정리하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탐정 더 비기닝 리뷰: 안락의자 탐정, 현장에 서다강대만(권상우)은 만화방을 운영하는 집안의 공인 비호감 가장이자 미제 사건을 다루는 파워블로거입니다. 수입이 시원찮은 이유는 틈만 나면 형사 친구 준수가 있는 경찰서로 달려가기 때문 — 광역수사대의 레전드 노태수(성동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