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밤이면 친척 어른들의 고스톱 판을 어깨너머로 구경하곤 했습니다. 판돈이라야 백 원짜리 동전 무더기였지만, 어린 눈에도 신기했던 건 패가 아니라 사람이었어요. 큰이모부는 좋은 패가 들어오면 헛기침을 했고 작은삼촌은 고민할 때 꼭 다리를 떨었죠.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주인공이 밥벌이하는 방식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 패가 아니라 사람을 읽는 것. 박정민과 류승범의 타짜 3편이고, 이 글은 중반의 큰 판 직전까지만 다루며 결말은 적지 않았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타짜 원 아이드 잭 리뷰: 화투에서 포커로타짜 3편은 판부터 갈아엎습니다. 화투장이 오가던 시리즈의 무대가 이번엔 포커 테이블입니다. 주인공은 도일출(박정민). 공무원 시험 준비생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하우스를 전전하는 ..
실화 기반 영화를 보고 나면 도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이 오르자마자 극장 로비에서 검색창부터 여는 것. 블랙머니는 그 버릇이 역대급으로 도진 영화였습니다. 나라의 은행 하나가 통째로 팔려나간 이야기라는데, 화면 속 숫자들이 진짜라면 잠이 안 올 일이었으니까요. 이 글은 조진웅, 이하늬 주연의 이 영화에 대한 리뷰 겸, 실제 론스타 사건과의 팩트체크 정리입니다. 결말 언급이 있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블랙머니 실화 팩트체크: 검색창을 열게 만드는 영화영화의 골격부터. 성추문 누명을 벗으려 사건을 파던 검사 양민혁(조진웅)이 대한은행 헐값 매각의 실체와 마주하고, 거대 로펌 출신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이하늬)가 그 판의 안팎에서 흔들리는 이야기 — 모델은 2003년 외환은행이 미..
고백부터 하나 해야겠습니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하던 청년을 피해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 적이 있습니다. 위협적인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다르다는 이유로 시선을 돌렸던 그 몇 초를, 저는 영화 증인을 보는 내내 떠올렸습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변론이 정확히 그 몇 초를 겨냥하거든요. 정우성과 김향기가 나오는 법정 드라마이고 결말과 반전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세요.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증인 영화 리뷰: 증인석에 선 소녀이야기는 한 사망 사건에서 시작합니다. 홀로 살던 노인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가사도우미 오미란(염혜란)이 살인 혐의로 기소됩니다. 미란은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것을 목격했을 뿐이라 주장하고, 검찰의 유일한 증거는 옆집에서 그..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국어사전을 받았습니다. 벽돌만 한 두께에 손가락이 미끄러지던 얇은 종이, 모르는 단어를 찾으면 왠지 어른이 된 것 같던 기분. 그 사전이 책장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는 걸 잊고 살다가, 영화 말모이를 보고 나서야 다시 꺼내 먼지를 닦았습니다. 이 흔한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겐 목숨과 바꾼 물건이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유해진과 윤계상이 나오는 이 영화의 결말과 실제 역사까지 담은 리뷰이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말모이 영화 리뷰: 까막눈과 사전배경은 일제의 탄압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0년대입니다.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으면 입학도 취직도 막히던 창씨개명의 시절, 일제는 민족의 근간인 말과 글을 지우기 위해 조선어 사용 자체를 금지해갑니다. 그 시대의 경성에 까막눈..
자니. 이 두 글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벽 한 시, 헤어진 사람에게서 도착한 — 혹은 보낼까 말까 백 번을 쓰다 지운 — 그 짧은 안부의 정체가 안부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죠. 가장 보통의 연애는 그 두 글자를 결정적인 순간에 배치할 줄 아는 영화입니다. 김래원과 공효진의 청불 로코라는 간판 때문에 야한 코미디를 기대하면 결이 다릅니다. 이것은 상처의 영화예요. 결말까지 담은 리뷰이니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가장 보통의 연애 리뷰: 두 피해자의 어긋난 시작광고회사 팀장 재훈(김래원)의 사정부터. 그는 파혼했습니다. 그냥 파혼이 아니라 청첩장까지 돌린 뒤 신혼집에서 약혼녀의 배신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파혼했죠. 회사에는 내막을 숨긴 채 그냥 헤어졌다고만 ..
뭘 볼지 고르다 지치는 밤이 있습니다. OTT 목록을 삼십 분째 스크롤만 하다가 결국 검색창에 세 글자를 치는 거죠. 마동석. 그의 영화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단골 백반집입니다. 메뉴판을 안 봐도 나올 반찬을 알고, 그 아는 맛이 실망시키는 법이 거의 없죠. 오늘은 그 백반집에서 두 끼를 연달아 먹은 기록 — 악인전과 동네사람들의 결말 포함 더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하시고, 제 점수는 악인전 7점, 동네사람들 5점입니다.마동석 영화 추천: 아는 맛 백반집의 두 끼오늘의 두 끼는 결이 다릅니다. 악인전(2019)은 깡패와 형사와 연쇄살인마의 삼파전이라는 장르적 쾌감의 정식이고, 동네사람들(2018)은 시골 마을의 실종 사건을 파고드는 사회파 백반입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같은 ..